
언제 비가왔냐는 것처럼 아침햇살이 따스했다.
겨울답지 않은 기분좋은 따스함을 안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내가 아침마다 목도 풀고 부은 얼굴도 가라앉힐 겸 뽑아먹었던
100엔짜리 아미노업맛 슈퍼물 ㅋㅋ
오늘은 패션의 거리 하라주쿠로 향했다.
하라주쿠역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리 매우 작고 후진 역이었다.
그 작은 역에 시장바닥처럼 꽉찬 사람들.
역을 나서면 바로 하라주쿠의 중심거리가 펼쳐진다.

모닝똥을 해결하지 못한 내게 큰 기쁨을 안겨준
하라주쿠 인터넷방(피씨방) 고객감동 비데화장실-


하라주쿠의 명물하면 크레페.
사실 아무데나 다 팔지만 하라주쿠 거리에는
어린 일본 소녀들이 너도나도 크레페를 물고다닌다.
크레페는 질질 흘러서 먹기가 불편하지만
근성있게 제자리에 서서 끝까지 다 먹었다.

하라주쿠는 그야말로 시장바닥같았다.
사람으로 북적북적 시끄럽고 복잡하고.
그래도 여자들이라면 관심있게 둘러볼만한 곳이 많다.
(남자라면 관심있게 둘러볼 여자들이 많다..)
거리의 끝에는 케밥집이 있었다.
신주쿠에서도 봣는데 못먹은게 아쉬워서 낼름 사먹었다
옆에 세워진 저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고기칼로 쓱싹 썰어내서
케밥을 만드는데 정말 맛있다.


하라주쿠에서 시부야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JR전철역으로 한정거장. (신촌에서 이대정도?)
그래서 하라주쿠를 나와서 시부야까지 걸어갔다.
시부야로 들어서는 길은 정말 아름답다.
한적한 느낌에, 오래된 나무도 많고 철길도 있고
대도시의 거리라는 느낌이 별로 안든다.

시부야의 낮은 정말 붐볐다.
시부야 최대의 상점거리 코엔도리. 사람이 신촌보다 많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일본사람들이 인도에서도 좌측통행을 한다는 것 이었다.
(누가 안시켰는데도 자기들끼리 알아서)
신기한 나라다. 신촌보다 사람이 많지만 부대끼지 않는다.

코엔도리를 좀더 지나 걷다보면
HMV와 함께 시부야 최대의 음반매장인
타워레코드가 나온다.
그랜드마트만한 건물에 씨디로 가득차있는 진풍경
미리듣기 부스가 동네 오락실의 오락기처럼 빼곡히 널부러져있다.
여기서 하루를 다 보내도 다 못들을 정도로 미리듣기 부스가 많았다.
(아마 과장없이 헤드폰이 300개정도 있었을것이다.
한층에 40,50 개정도 있었으니...)
각각의 진열대마다 그 부스가 있는데
각 헤드폰마다 씨디가 10장씩 꽃혀져있었다.
아무래도 도쿄사람들은 듣고 싶은데 살 돈이 없으면
타워레코드에 와서 미리듣기로 쭉 돌려듣고 집에 가는게 아닐까?


한국보다 훨씬 일찍 외국음반이 수입되기 때문에
엔쏘니헤밀턴과 제이미 팍스의 신보를 도쿄에서 먼저 접할 수 있었다.
타워레코드를 나와서 시부야의 끝자락으로 걸어가다보면
숨겨진 작은 중고 LP매장들이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레코드파인더였다.

진짜 무슨 음반가게 같지도 않고
사무실같은 건물에 사무실같은 입구였다.
가게는 매우 작았다. 내가 지금 사는 원룸만했는데
주인아저씨 두분이서 가게에 가득 울리게 훵크음악을 틀어놓고
발장단 구르면서 놀고 계셨다.
내가 블랙스트리트 앨범을 집어들고 들어볼수 있냐고 불어봣더니
하이! 하면서 저 턴테이블에 직접 틀어주셨다.
기분좋은 곳이었다.

시부야 거리가 워낙 복잡하다보니
집중해서 지도를 봤는데도 길을 잘못들었다.
NHK 스튜디오파크 쪽으로 오게 되었는데
굳이 들어가서 살펴보지는 않았다.
삼심분정도 시부야거리를 헤메서 겨우 찾은 시부야 레코판

시부야의 레코판은 시부야답게 힙합음악이 매장의 한 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1층에서는 턴테이블과 믹서를 판매하고있었는데
가격대를 보니 중고도 있는듯 했다.
(이 당시에 건영이가 삼수로가는 열차에 몸을 실고 칙칙폭폭 갈까말까
하는 차에 렉스한테 디제이 수업을 받고있었지 ㅎㅎ)

시부야의 LOFT라는 곳인데
가정용 물품과 문구를 파는 곳이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여튼 그런 곳이다.
디자인이 이쁜 물건이 많다.
이곳에서 엘피를 담고 다닐 엘피가방을 샀다.
옆에 씨디플레이어를 넣고다니는 주머니도 있어서
'완전소중'외치면서 샀던 기억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레코판을 나와서 코너에 자리한 이름모를
LP매장에 들어갔다. 이곳은 중고매장은 아니고 새것만 다루는 듯 했다.

화장품가게처럼 뭔가 차분히 정돈된 매장에
음악이 터질듯하게 흘러나오고있었는데
샘플LP와 미리들어볼수있는 턴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었다.

저녁으로는 카레전문점에 가서 카레를 먹었다
닭고기카레였다. 일본어라 메뉴이름은 잘 모른다
그냥 닭고기있었고 카레집이었으니 닭고기카레겠지.
메뉴를 기다리고있는데 그날 샀던 엘피장들을
바로 전 가게에 놓고온 게 기억나서 서늘했던 기억이..
그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쉬운 영어조차도 안나와서
진땀흘리면서 가게 종업원한테
제가 도망가는게 아니고 잃어버린게 있어서 찾아서 금방 돌아오겠다고
말하는게 어찌나 어렵던지;;

모든게 잘 해결된 뒤 카레를 소화시킬 겸 쭉 걸어서
계획했던 마지막 매장으로 향했다.
댄스뮤직레코드는
훵크/힙합/소울/알엔비 등
흑인음악만을 충실하게 다루고 있는 레코드점
매력적이었던 것은
엘피를 일일히 들춰보지않아도 다 보이게 정리해놓아서
백화점 아이쇼핑하듯 걸어다니면서도
엘피를 찾을수 있었다는 점이다.
하루종일 디깅하느라 허리아퍼 죽는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오는 길에 HMV에도 들렀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자세히 둘러보지는 않았다.
그냥 최신가요도 LP음반으로 발매되는 일본음반시장을 보면서
한해 피아노보다 턴테이블이 더 많이 팔린다는
일본의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신년의 시부야의 밤거리는 화려했다.
그리고 낮과 마찬가지로 차와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신촌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아름다운 대도시의 밤거리.
그리고 그 도시 속 곳곳에는 음악이 살아숨쉬고 있었다.
2006/01/03/도쿄 맑음/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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